냉장고에 서늘한 공포와 유머를 담아
반전의 묘미를 퍼붓는 서늘한 유머의 달인
시소게임 작가의 발견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아토다 다카시는 최근에 소개된 작가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 아래 소개하는 세 권의 책이 1978년, 1979년에 나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만, 이 세 권의 책에 실린 작품들은 너무나 뛰어나다.

아토다 다카시는 단편 '방문자'로 1978년 추리작가협회상을, 단편집 <나폴레옹광>으로 1979년 상반기 나오키상을 받았다.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단편의 명수이며 '기묘한 맛'을 내는 작품을 쓰는 독창적인 탐구자다. '기묘한 맛'이라는 말을 일본에서 처음 사용한 에도가와 란포는 이것을 "천진난만하며 사랑스럽고, 더불어 은백색의 서늘한 잔혹미, 엉뚱하고 유들유들한 유머가 있는 천진난만한 잔학성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정의한다.

단편소설의 참맛은 치밀하고 압축적인 구성과, 결말에서 통쾌할 정도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에 있다고 하겠는데 아토다 다카시는 재치 있는 반전을 구사하는 차원을 넘어 '기묘한 맛'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뛰어난 작가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이야기는 말하자면 요즘에도 여름에 자주 등장하는 도시괴담과 비슷한 것인데 논리에 맞지 않게 이야기가 끝나버리는 도시괴담과 비교해서 훨씬 개연성이 높고 품격이 있으면서도 도시괴담보다 상쾌한(?) 뒷맛을 남긴다. 피가 낭자하는 영화를 볼 때 느끼는 속 울렁거리는 역함이 아니라 등골이 서늘하고 오싹한 느낌.

흔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상투어를 많이 쓰는데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은 분량이 적은 단편인데도 반전이 두 번, 세 번, 여러 번 나온다. 그것이 참으로 놀라운 점이다. 한두 쪽을 남겨놓고 반전이 나와서 "오오! 그랬단 말이야?" 하고 놀라게 되는데 방심하고 있다가 마지막 두 줄에서 또 반전이 나온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러니 귀신이 나오고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공포 영화는 비교할 수가 없지.

아토다 다카시의 작품은 확실히 재미있다. 읽고 나서 실망하지 않는다. 무더운 여름 밤에 친구들과 바닷가에 둘러앉아 있을 때 한 친구가 "내가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 하면서 말을 꺼내는 그런 이야기다. 오오, 정말 기대가 된다.

<나폴레옹광> 뒤표지에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쓴 서평에 이런 말이 있다.

"조금씩 슬금슬금 몽롱하게 만들면서 예기치 않게 그렇게만은 결말을 맺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엔딩이 매번 기다릴 때, 그러면서 그 엔딩이 점점 더 꿈을 꾸는 것처럼 허우적거릴 때, 나는 고개를 들 용기를 잃어버렸다. ... 아아, 제발 끝나면 안돼, 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책. 반드시 순서대로 읽으실 것."

그렇다. 읽으시라. 읽고 또 읽어도 질리지 않을 뛰어난 작품으로 가득찬 알찬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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